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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임성순 장편 소설 - 컨설턴트 본문

문화생활/책

[서평] 임성순 장편 소설 - 컨설턴트

평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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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봤을 때 경제에 관한 책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첫 페이지 스탈린에 대한 얘기부터 나의 관심을 확 끌어당겼다. 바로 암살에 관한 얘기였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이라 일컬어 지는 작업을 통해 암살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인것이다.

총이나 칼을 든 암살자가 아닌 키보드로 살인을 하는 암살자라니 ... 소재가 참 독특하고 참신했다.

이런 소재의 신선함과 미드에서 많이 차용하는 거대 권력을 가진 보이지 않는 회사라는 존재의 약간의 음모론적인 이야기까지 극 중반까지 너무도 재미있고 몰입되는 이야기였다.

여기까지는 그냥 생각없이 읽었고 그냥 신선한 킬링타임용 소설이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든 의문은 이런 책이 어떻게 세계문학상 수상작일까? 와 주인공은 극 초반 왜 콩고에 간 것일까? 하는 점이었다.

이 두가지 의문점은 극 후반에 모두 해결된다.
주인공이 콩고에 간 일은 뭐 스포일러 일 수 있으니 ... 간단히 벼랑끝에선 자신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행이라고 보면 될 것이며 왜 세계문학상 수상작일까? 하는 의문은 이 콩고여행을 통한 콜탄에 대한 진실과 마주치며 이 작가가 말하고 전달하려는 메세지를 이해하며 암살자와 사회비판이란 섞이기 힘든 얘기를 절묘하게 풀어가는 것을 보며 "우와 대단한 소설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세계문학상을 탈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 평범한 아마추어 소설가의 살인에 대한 얘기가 아닌 그 살인과정을 통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있다.
한 예로,
어떤 한 펀드매니저가 자신이 보지도 못한 아직 씨앗도 뿌리지 못한 가상의 옥수수를 선물옵션으로 사버리고 그 해 냉해로 인해 옥수수가격이 폭등하고 그로 인해 그 펀드매니저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지만 지구 반대편에는 씨앗도 뿌리지 않은 옥수수를 미리 다 사놨기에 애써 일년간 열심히 키운 옥수수를  한톨도 먹을 수 없어 하루에도 몇천명이 굶어 죽는 이 이상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이 책이 훌룡한 점은 그런 사회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아마추어 소설가 출신의 암살자라는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너무도 재밌고 이해하기 쉬우며 공감가는 이야기로 절묘하게 풀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자신이 직접 살인을 하지 않는다. 단지 시나리오를 쓸 뿐 ... 처음 자신의 시나리오가 살인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과 공포 그리고 죄책감 등은 그에게 오는 보상에 의해 묻히고 합리화된다. 그리고 그는 그저 평범한 사람과 같이 일(살인에 관여하는 시나리오)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그가 번 돈으로 물질적 행복을 향유한다. 그는 그저 회사라는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고 단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저 일을 할 뿐이다. 작가는 여기서 말한다 ... 당신도 똑같지 않냐고 ... 단지 직접적으로 살인에 관여하는 일을 하지 않을 뿐 ... 그리고 우리 역시 살인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콩고의 여행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내가 산 핸드폰 하나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탄알이 되고 내가 먹은 커피로 인해 누군가 굶어가며 커피를 만들고 그로 인해 굶어죽어야하는 이 이상한 사회시스템에 대한 충격적 이야기... 그리고 이런 이상한 사회 시스템은 "나만 아니면 돼" "내 얘기가 아닌데 뭐"하는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에서 시작된다는 작가의 메세지는 너무도 강렬했고 내가 지금 글을 쓰며 마시고 있는 커피를 보며 내 가슴 한 구석에 뭔가 먹먹한 느낌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살인자로 만들어버리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에 대해 조금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가 됐고 나름 약간의 충격도 받았고 더 중요한 것은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강호동이 외치는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에 공감했던 나에 대한 반성의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다. 
컨설턴트
국내도서>소설
저자 : 임성순
출판 : 은행나무 201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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